나는 32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세월 동안 사업 제안서를 몇 번이나 썼을까. 수백 번은 됐을 것이다. 초창기엔 손으로 썼고, 워드프로세서가 나오면서 타이핑했고, 이제는 AI에게 시킨다.
작년 말, 국내 대형 건설사에 장식 콘크리트 시공 제안서를 제출할 일이 생겼다. 과거라면 사무실 직원에게 초안을 부탁하고, 내가 수정하고, 다시 다듬는 데 최소 이틀은 걸렸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AI를 활용했더니 혼자서 반나절 만에 완성했다.
어떻게 했나 — 실제 과정
먼저 ChatGPT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나는 장식 콘크리트 전문 시공 회사 대표다. OO건설의 고급 주거단지 로비와 외부 보행로에 보마나이트 공법으로 시공하는 제안서를 쓰려고 한다. A4 5페이지 분량으로 목차를 짜줘."
30초 만에 목차가 나왔다. 회사 소개, 공법 특장점, 시공 사례, 견적 개요, 시공 일정 — 내가 직접 짰어도 비슷했겠지만, 내가 미처 생각 못 한 "환경 인증 및 친환경 소재" 항목도 포함돼 있었다. 요즘 건설사들이 ESG를 중요시한다는 걸 AI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 각 섹션별로 "이 부분 내용을 써줘"라고 하면서 내가 가진 정보를 조금씩 더해줬다. "우리 회사는 1993년 설립, 국내 보마나이트 공식 라이선스 보유, 시공 실적 200건 이상"이런 정보를 주니 그것을 자연스럽게 녹여서 문장을 만들었다.
비서와 AI, 뭐가 다른가
나는 과거에 유능한 비서를 여럿 뒀다. 그들도 제안서를 잘 썼다. 하지만 AI와 비교하면 몇 가지 확실한 차이가 있다.
- 속도: 비서는 초안에 하루, AI는 30분. 비교 불가다.
- 수정 편의성: "좀 더 격식 있게 써줘", "이 부분 줄여줘" 하면 즉시 된다. 비서는 다시 수정에 시간이 걸린다.
- 야간·주말: AI는 밤 11시에도 새벽 2시에도 일한다. 비서는 퇴근한다.
- 감정 없음: 아무리 수정을 요청해도 불평이 없다. 열 번을 고쳐달라 해도 "네, 수정했습니다"다.
물론 AI가 모든 걸 잘하진 않는다. 업계 특수 용어,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뉘앙스, 거래처와의 인간적 관계 — 이런 것은 AI가 모른다. 이건 내가 채워넣는다. 그래서 AI + 내 경험 = 최강이다.
영문 제안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거래처 제안서는 더 극적이다. 나의 영어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원어민처럼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영문은 쉽지 않다. 특히 법적 조항이나 계약 관련 문구는 표현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든다.
이제 나는 한국어로 내용을 정리하고, AI에게 "이걸 formal한 비즈니스 영어 제안서로 바꿔줘"라고 한다. 나온 결과를 보고 내 판단으로 몇 가지 표현만 수정한다. 45년 해외 경험이 있으니까 영어가 어색한지 아닌지는 금방 안다.
베트남, 카타르, 중국 거래처에 보내는 영문 제안서를 이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문 번역사를 고용하면 건당 20만~50만 원인데, AI로 하면 무료다(유료 플랜 구독 중이지만 월 2~3만 원이면 된다).
실제 결과 — 제안서 통과했다
처음 AI로 작성한 그 제안서, 결과가 어땠을까? 건설사 담당자로부터 "제안서가 깔끔하고 체계적이라 검토하기 쉬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계약까지 이어졌다. AI가 쓴 제안서로.
물론 AI가 다 한 게 아니다. 32년 사업 경험이 있는 내가 내용을 채우고, 방향을 잡고, 최종 검토를 했다. AI는 '형식'을 만들었고, 나는 '내용'을 넣었다. 그게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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